[단독] 교육부, 폐기된 학설 근거 한국사 교과서에 수정명령
우즈벡 벽화 속 고구려 사신 여부·천리장성 종점 등…
교과서 집필진들, 4일 수정명령 취소訴 내기로
한국일보 권영은기자 입력 2013.12.03 03:35
교육부가 이미 학계에선 고사된 학설을 근거로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수정명령을 한 것으로 지적됐다.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교육부는 수정명령을 결정한 수정심의회 위원들이 누군지 굳게 함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달 29일 한국사 교과서 7종에 수정명령을 하면서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아브 궁전 벽화의 고구려 사신(70쪽)이라고 적은 사진설명에 대해 "고구려 사신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됨'으로 고치도록 했다.
↑ 금성출판사 교과서 70페이지 내용.
그러나 이는 최신의 학설을 반영하지 않은 '무지한 수정명령'이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아프라시아브 벽화 속의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환두대도(環頭大刀ㆍ둥근고리 큰 칼)를 찬 오른쪽의 두 사람은 교과서 서술대로 고구려 사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역사연구회장이자 고대사 전문가인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2일 "과거에는 이들이 신라나 발해의 사신이라는 학설도 있었지만 이후 역사학자와 미술사학자들의 연구로 현재는 고구려 사신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학계의 새로운 통설을 내팽개치고 30년 전에나 있었던 막연한 추정을 근거로 오히려 잘못된 내용으로 고치라고 수정명령을 했다"며 "학계에서 보면 배꼽 잡고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고대사학회 회장인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도 "이 벽화 속 인물은 고구려 사신이라는 데 이의가 없기 때문에 굳이 '추정'이라고 넣어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교과서에서 고구려와 수ㆍ당의 전쟁 지도를 보여주면서 부여성과 개주(盖州ㆍ랴오닝성) 부근까지 천리장성으로 표시한 것(55쪽)을 교육부가 서남종점을 개주가 아닌 요동반도의 끝 비사성(卑沙城ㆍ다롄)으로 수정하라고 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천리장성의 동북기점은 부여성, 서남종점은 해(海ㆍ바다)이며 그 길이가 천여 리에 달한다'는 '삼국사기' 기록을 근거로 들면서 '해'를 비사성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하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중국 학계의 요동반도 성곽 조사 결과가 알려지고, 우리 학계도 직접 답사하면서 장춘(長春)에서 개주 부근에 이르는 지점의 거점성(據點城)들 사이를 군데군데 잇는 것이 천리장성이라는 설명이 학계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받은 출판사 중 교학사를 제외한 6종 교과서 집필진 모임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협의회'(한필협)는 수정권고와 수정명령을 결정한 교육부의 전문가자문위원회와 수정심의회 명단, 회의록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또 한필협은 4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과 수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120303350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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